신도시와 구도심

같은 도시 안에서도 계획해서 만든 동네와 오래 쌓인 동네는 다릅니다. 그 차이를 정리했습니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계획해서 만든 동네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동네는 전혀 다릅니다. 도로의 폭, 주차 여건, 상가의 배치, 사람이 모이는 방식까지 거의 모든 것이 갈립니다.

아래는 전국 주요 지역을 신도시와 구도심으로 나눠 정리한 것입니다. 어느 쪽이 낫다기보다 성격이 다르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계획해서 만든 동네

창원은 처음부터 계획해 만든 도시입니다. 공업·주거·상업 지역이 구획으로 나뉘고 도로가 격자로 놓여 있어, 초행이어도 방향을 잃기 어렵습니다. 성산구 상남동은 업무지구를 배후에 두고 저녁에 켜지는 전형적인 계획도시 상권입니다.

광주 서구 치평동 상무지구와 광산구 월계동 첨단지구도 같은 방식으로 조성됐습니다. 도로가 반듯하고 블록마다 주차 공간이 배치돼 있어 차로 접근하기 좋습니다.

고양 일산은 1기 신도시입니다. 조성이 끝난 지 오래되어 도로와 학교, 병원, 공원이 계획대로 자리 잡았고, 지금은 노후화와 재정비가 다음 주제가 됐습니다. 신도시가 삼십 년 뒤 어떤 모습이 되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오래 쌓인 동네

서울 은평구 불광동, 중랑구 상봉동, 강북구 수유동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주거지 상권입니다. 큰길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도 길이 좁아지고 일방통행이 섞여 있어, 차보다 걸어 들어가는 편이 빠른 경우가 많습니다.

대전 중구 은행동과 유천동, 청주 청원구 우암동도 골목 구조입니다. 대신 이미 형성된 수요가 두텁고 오래된 가게가 많아 유입이 안정적입니다.

부산 동래구 온천장 일대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중심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서면이나 해운대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1호선과 3호선이 만나 접근성이 좋고, 그만큼 오래된 상권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두 성격이 겹치는 곳

수원은 한 도시 안에 성격이 다른 지역이 여럿입니다. 팔달구 인계동은 시청 주변의 오래된 중심가이고, 권선구와 영통구는 계획적으로 조성된 성격이 강합니다. 같은 수원이라고 묶으면 목적지를 놓치기 쉽습니다.

성남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원구 모란 일대는 오래된 시장과 주거지가 있고, 분당은 1기 신도시로 조성된 지역입니다. 8호선과 수인분당선이 두 지역을 잇습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은 산업단지에서 업무·주거 지역으로 성격이 바뀌어 온 곳입니다. 오래된 상권과 새로 생긴 상권이 한 동네 안에 섞여 있어, 같은 거리에서도 블록마다 분위기가 다릅니다.

지금 바뀌는 중인 곳

안양 인덕원 사거리는 4호선에 광역 노선 계획이 겹치면서 해마다 모습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계획이 많다는 것은 기대가 크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일정이 밀릴 여지도 크다는 뜻입니다.

파주 야당은 경의중앙선 개통 이후 성격이 크게 바뀐 지역입니다. 그 전에는 광역버스가 유일한 수단이었고, 지금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상권이 다시 짜였습니다.

변화를 볼 때는 착공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 편이 안전합니다. 발표된 계획과 실제로 삽을 뜬 사업은 시간표가 완전히 다릅니다.

두 동네를 오갈 때 생기는 일

신도시에 살면서 구도심으로 나가는 사람, 구도심에 살면서 신도시로 출근하는 사람이 함께 있는 도시는 이동 흐름이 두 방향으로 갈립니다. 성남이 대표적입니다. 분당에서 모란으로, 모란에서 분당으로 오가는 흐름이 시간대별로 방향을 바꿉니다.

수원도 같습니다. 팔달구 인계동의 오래된 중심가와 영통·광교 방면이 서로 다른 성격이라, 어느 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이용하는 노선과 걸리는 시간이 달라집니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삼십 분 넘게 벌어지는 구간이 있습니다.

고양 일산과 파주도 이 관계입니다. 파주 야당은 경의중앙선으로 서울과 이어지지만 병원이나 큰 상권은 일산 쪽이 가까워, 생활권과 통근권이 다른 방향을 향합니다. 어느 동네에 자리를 잡을지 정할 때는 출근 방향만이 아니라 주말에 어디로 나가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